추억은 그냥 추억으로 고스란히 조용하게 묻기로 해요!!.


 
간만에 본 그 애는 여전히 어릴적처럼 멋있었답니다.
이런 저런 대화들을 해가던 중,

팟 하고 그 녀석은 여행에 대한 얘기들을
술술 늘어놓더라고요.

자기가 어딘가를 가봤는데 좋았다는 둥,
세상에서 어디가 가장 예쁘다는 둥,
처음에는 그 녀석의 얘기에 집중을 하며 침을 흘리며 들었습니다.
다양한 세상들을 경험한 그 녀석이 엄청 부러웠답니다.
그렇다해도 들으면 들을수록 나에게 놀러갈 수 있는 날이 있냐고 물어보더니
명함 하나를 건내줬답니다.



여행사 직원.. 한시간이 넘는 시간을 장황한 이야기를 하더니
예쁜 필리핀으로 오는거야~ 라는 말한마디를 남겨놓고
넘 어이없게 바쁘다며 나가더군요.
알 도리가 없는 형용사들을 늘어놓으며 멋진 여행을 생각하게 만들어서 놓고서는
종국에는 여행 할거면 나한테 연락해~ 라는 영업용 말과 함께
사라져버린 그 놈…
그렇지만 뭐, 보험이 아닌게 어디야라면서 위로했죠.
그렇지만 슬프더라고요.

제가 프렌드가 아닌 하나의 영업대상으로 보여졌다는 것이 말입니다.
난 두근거렸던 옛사랑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녀석의 안부가 궁금한거였는데
그녀석은 안부보다는 자신의 고객유치에 더욱 열을 올렸던 것이랍니다.
이 슬픔은 나 혼자만의 것이지만,

나 혼자만의 문제라고 하지만 그렇다해도 씁쓸했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흘러 보존하고 있던 첫사랑에 대한 환상?
동창회에서 찾으려고 맘먹었다가 도리어 혼쭐이 났습니다.



그저 조용히 묻어두고 기억으로 지니고 있을껄 그랬나봐요.
그리고 하나 다짐을 했어요.
두번다시는 동창회에 나오지 않을거라 말이지요.
추억은 그냥 추억으로 고스란히 조용하게 묻기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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